생태주의적 관점으로 바라본 베트남의 자연숭배 문화

  

이애경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학예연구사  

 

 자연의 일부인 인간은 생태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자연의 위기가 인간의 사회적 생태에 갈등을 초래하기도 한다.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독립된 존재라는 이분법적인 시각과 자연을 정복과 지배의 대상이라고 인식하는 인간중심주의는 근대성을 대표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과학기술과 자본주의는 자연 착취를 통한 개발로 이어져 환경문제를 일으켰다. 환경파괴로 인한 각종 문제가 곧, 인간사회를 포함한 전지구적 생태에 지속적인 위기를 초래하면서 탈근대주의의 움직임을 촉발시켰고, 인간과 자연은 독립적 존재가 아닌 하나의 관계망을 형성하는 유기적인 존재로 인식함으로써 근대 패러다임으로 탈피하려는 노력이 지속되었다.1) 특히,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남아메리카 지역의 독립 이후, 토착문화와 생태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서구적 관점의 개발이 생물다양성을 파괴하면서 토착 집단들의 지식과 목소리가 생태보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인간 간의 사회적 연대 또한 재조명 되고 있다

 

 인간과 비인간(non-human)의 원초적 결속과 화합은 수많은 상징과 은유로 우주의 창조와 발전,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의 기원을 표현한 고대 신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원시인들은 인간과 자연의 유기적 관계를 인지하고, 자연으로부터 무한한 생명의 연결성을 발견했다. 그들은 생명을 창조하고 유지하며 보전하는 어머니와 자연의 속성을 일치시키면서 인간과 자연이 공유하는 창조와 탄생, 죽음과 재탄생의 주기를 통해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으로부터 대자연의 어머니를 느꼈다.2) 모든 유기체의 모체로서 생명의 원동력인 대자연은 신격화되어 인간과 자연의 총체적 관계성을 경외하는 고대인들에게 숭배의 대상이 되었고, 자연 여신 숭배 문화는 현재까지 전 대륙 토착민들에게로 이어지고 있다.3)

 

 베트남은 2019년 기준, 인구의 약 37%가 농업에 종사하는 전통적인 농경국가4)로 생활양식과 문화가 자연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땅에서 태어나 땅과 함께 생활하며 다시 땅으로 돌아가는 베트남 국민들에게 자연은 생활원천을 넘어선 우주의 기원이자 모든 생명의 어머니이다. 하늘, , , 숲을 대자연의 어머니로 숭배하는 베트남의 민속신앙은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으며, 여신을 향해 가정의 평안과 건강, 식량과 자산의 증식을 염원하고 공통된 가치를 공유하며 연대하는 베트남 사람들은 대자연의 소중한 자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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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대자연의 여신 '다오 머우(Dao Mau)' ⓒ 베트남여성박물관 

  

 베트남의 자연 여신 숭배 의식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의식은 하우동(Hau Dong)’이다. 7시간 가량 지속되는 하우동 의식은 신내림을 받은 영매가 자연 여신을 포함한 여러 신의 모습을 구현하며 진행되는 연극적 퍼포먼스이며, 우리나라의 강신무와 비슷하다. 하우동 의식을 위해 영매는 수일간 몸을 정갈하게 유지하며 고기를 먹지 않는다. 의식이 시작되면 연주자들이 베트남 전통 악기를 연주하며 영매는 전통의상을 수차례 갈아입고 춤을 추면서 신을 대변하는데, 의식을 관람하는 관객들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기도 하며 소원을 빌고 꽃이나 음식 따위의 공물을 바친다.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 여성과 남성, 노인과 아이가 함께 노래하고 춤을 추며 제를 지내는 베트남 사람들의 문화에서 자연과 인간의 생태적 연대는 물론 인간과 인간의 사회적 연대를 볼 수 있다. 하우동 의식은 베트남 전통의상과 악기 선율의 아름다움은 물론 신과 영웅담을 통해 전하는 도덕적 가치가 베트남 민족의식을 상징한다고 평가되어 2016,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재로 공식 등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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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동(Hau Dong) 의식 ⓒ 베트남여성박물관 

 

 기후위기의 시대를 직면하여 자연과 인간의 직접적인 연결성에 대해 많은 담론이 형성되고 있는 현재, 자연과 인간의 연대는 물론, 생태를 위한 인간 간의 연대가 절실해지고 있다. 대자연의 어머니를 숭배하는 베트남 사람들의 자연친화적인 문화와 연대에서 비롯된 생태적 공존과 화합을 통해 자연에 대한 위계적인 관점과 인간중심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을 볼 수 있다. 자연을 신격화하는 것이 환경문제와 기후위기에 대한 궁극적인 해답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고대부터 이어져오는 생태의식이 우리가 가진 이분법적인 세계관에 대해 반성하고 탈위계적인 시각을 촉구하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애경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학예연구사   

 
 
참조·인용 
1) 최병두, 심층생태학과 생물평등 및 자아실현으로서의 환경정의, 공간과 사회 제16호(2001), pp. 36-38 참조 
2) 장영란, 원시 신화에 나타난 여성의 상징 미학과 자연관, 인문학 연구 제3집(1988), pp. 2-3 참조
3) Keller, Goddesses Spirituality, Encyclopedia of Psychology and Religion, 2012, p.2 참조
4) World Bank, Employment in agriculture, female-Vietnam, World Bank Data, Accessed: 2022. 8. 30.
 
  
 

이 원고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시 녹색신화》(2022. 10. 21. - 2023. 2. 19.)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녹색신화는 전 지구적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아시아의 자연친화적인 문화(베트남의 자연숭배 문화)를 소개했습니다. 전시는 종료되었지만, 아시아 전통문화를 생태주의적 관점으로 바라보고,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을 이어나가고자 본 칼럼을 기획했습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