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길을 따라간 아시아 도시문화의 현대적 해석 <디어 바바뇨냐: 해양도시 속 혼합문화>

 

  

이상현(국립아시아문화전당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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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바바노냐: 해양도시 속 혼합문화> 전시 도입부

선박의 선실 내부의 모습을 연출했다. 전시는 항해를 통해 해항도시에 닿아 도시 속 혼합문화를 감상하는 전시스토리로 구성된다. 

 

1. 바닷길의 거점이 된 해항도시와 문화적 특색

디어 바바뇨냐: 해항도시 속 혼합문화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National Asian Culture Center)의 연도별 의제인 아시아 도시문화에서 추출한 주제, ‘해항도시 속 문화를 가시화하기 위하여 융·복합적 미술작품과 참여형 체험전시, 몰입형 영상전시를 유기적으로 연출하여 선보이는 전시다.

우리는 국가와 민족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초국가적 네트워크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21세기 세계 도시가 부상하는 가운데 세계의 주요 해항도시들은 지역과 국가, 국가와 세계를 연결시키는 거점 역할을 해 왔다. 고대의 인류는 바닷길을 통해 미지의 세계를 탐험했고, 해양과 해역, 대륙과 대양의 수많은 섬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해로는 육로만큼이나 중요한 통로 역할을 하였다. 이 길은 인적물적 정보를 교환하고 문화를 연결하는 항구이자, 도시들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해상 교역로가 되었다. 길을 따라 물자와 사람이 교류하면서 종교, 예술, 사상과 같은 지식도 넓혀 발전해 나갔다. 해상 교역로는 육로에 비해 교역량이나 문화 전파의 속도, 문화 교류의 폭에 있어 인류 문명에 커다란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바다는 인류의 역사에서 이주와 교역 등이 활발하게 벌어진 공간이었고, 성공에 대한 꿈을 품고 세계를 연결하는 거대한 도전이자 열망과 환상의 대상이기도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아시아 해양 중심의 바다, 바다가 삶의 중심이 되는 사람들의 역사와 문화를 조명하는 것은 새로운 공존과 화합의 시대를 준비하는 세계시민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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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 입구에서 바라본 전시장 전경 
선실을 거쳐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마치 바다 위 배의 앞머리에서 보는 듯한 몰입형의 사실적 바다 영상과 각 도시의 문화적 특징을 현대미술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2. 아시아의 해항 도시들은 어떻게 혼합문화를 형성하게 되었을까?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는 오랜 기간에 걸쳐 해양 네트워크가 발전해 왔고, 이것이 인도양 세계와 연결되었으며, 나아가 중국과 이슬람이 바다를 통해 어울리기도 하였다. 전시는 해상 교역을 위해 바닷길로 연결된 아시아의 해항 도시들인 인도 코치, 말레이시아 말라카, 중국 취안저우를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도시 문화적 서사를 다룬다. 이 해항도시들은 근대 자본주의가 주도하게 된 훨씬 이전부터 사람, 물건, 문화 교류의 장으로써 언어, 종교, 문화의 차이를 넘어 국가를 초월한 교역과 교류가 가능한 공간이었다. 지역 간 교류가 확대되면서 서로의 문화는 충돌, 재편되기도 하고 서로 이질적인 것이 혼합되었다. 문화의 다양성은 유지되고 확대되면서 혁신적인 사상과 문화가 계승되기도 했다. 전시는 다양한 문화가 서로 어우러져 새로운 문화로 재탄생되는 아시아 해양도시의 개방성과 문화적 포용성을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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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카의 도시적 특징을 표현한 상호작용형 미디어아트 작품 <워터 오딧세이: 물길, 송창애> 

 

3. 바바뇨냐로 표현한 아시아 해항도시문화의 특징

전시명 바바뇨냐는 동남아시아에 정착한 중국계 남성(바바)과 현지 여성(뇨냐)과 그 후손을 일컫는 말레이-인도네시아어이다. 이 공동체는 아시아에서 시작된 중국의 해양 진출(1405, 정화원정)이나 대항해시대와 같은 변혁의 역사 속에서도 중국의 전통성에 가치를 두고 동남아시아와 유럽 문화의 영향을 받아 그들만의 독특한 혼합문화인 바바뇨냐 문화를 형성했다. 전시명은 어느 하나의 문화로 수렴되지 않고 각자의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냈던 그들에게 보내는 경의의 메시지이다. 이번 전시는 여행자, 이주민, 상인이었던 바바혹은 뇨냐가 되어, 바닷길을 따라 아시아의 역사 속 해항도시들을 함께 여행하고 그들의 혼합문화를 체험해 보길 제안한다. 또한 세계시민으로서 다문화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바바’,‘뇨냐혹은 바바뇨나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닌가를 생각해 보게 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디어 바바뇨냐 : 해항도시 속 혼합문화>전시를 통하여 문화융합의 시대에 아시아 해항도시의 혼합문화와 현대 융·복합 예술이 서로 공명하는 문화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존중의 가치를 느끼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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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를 모티브로 한 취한저우의 해항 도시적 풍경을 표현한 상호작용형 디지털 설치미술 작품 <무역감정, 박근호(참새)>와 도시영상 

  

 

이상현(국립아시아문화전당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