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가나 여행기: 리쉬탄 도자기와 마르길란 아틀라스의 예술적 향연

   

 

여진원(국립아시아문화전당 학예연구사)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중앙아시아, 그리고 우즈베키스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아시아문화의 고유한 가치 전파를 위해 지속적으로 아시아 각국의 문화자원을 수집하고 있다. 특히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문화박물관은 동남아시아 상설전시 "몬순으로 열린 세계"의 다음 단계로 내년도 중앙아시아 상설전시를 개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245월 문화전당은 우즈베키스탄 현지조사 출장을 통해 우즈벡 문화부와의 교류협력은 물론 중앙아시아 상설전시에서 선보일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중앙아시아는 역사적, 문화적으로 아시아 대륙의 중심에 위치하여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교차하는 지역으로 우리나라와 오랜 역사적, 문화적 연결성을 가지고 있다. 실크로드를 통해 중앙아시아와 한반도는 경제적, 문화적 교류를 지속해왔다. 특히 중앙아시아 중심에 위치한 우즈베키스탄은 풍부한 역사와 문화적 유산으로 가득한 나라로 실크로드의 주요 거점 중 하나였다. 오늘날 우즈베키스탄은 독특한 전통과 아름다운 건축물로 많은 여행자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하면 흔히 사마르칸트나 타슈켄트의 도시가 생각나겠지만, 이 글에서는 출장을 통해 접할 수 있었던 페르가나(Farg’ona) 지역을 소개한다. 페르가나는 다양한 문화와 예술이 꽃피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리쉬탄(Rishtan)의 도자기와 마르길란(Margilan)의 아틀라스(Atlas)를 통해 그곳의 매력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실크로드의 중요한 교차로, 페르가나  

우즈베키스탄의 동부에 위치한 페르가나는 역사적, 문화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페르가나는 주변을 둘러싼 높은 산맥들 덕분에 기후가 온화하고 강수량이 풍부하다. 덕분에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장 비옥한 땅 중 하나로 고대부터 농업과 무역의 중심지로 번성해 수 세기 동안 실크로드의 중요한 교차로 역할을 해왔다. 이는 다양한 문화와 종교가 공존하는 다문화 사회를 형성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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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가나는 타슈켄트에서 기차를 통해 약 5시간이 걸린다. (사진: 구글맵)  

 

 

리쉬탄 도자기: 천년의 전통, 손 끝에 피어나다 

페르가나 주()의 작은 마을 리쉬탄은 천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도자기 생산지로 유명하다. 이곳의 도자기는 현지에서 채취한 천연 재료를 사용하여 만들어지며, 이 때문에 독특한 광택과 색채가 부여된다. 리쉬탄 도자기의 기원은 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페르가나 계곡의 풍부한 천연 자원과 리쉬탄의 고유한 흙은 도자기 제작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였다. 리쉬탄을 방문하면 곳곳에서 도자기를 굽는 가마와 작업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유서 깊은 도자기 장인 가문을 방문하면 수백 년 동안 전해 내려온 비법과 기술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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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쉬탄 도자기 장인의 집. 형형색색의 도자기가 전시되어 있다. 

 

도자기 제작 과정은 여전히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며, 각 작품은 장인의 섬세한 손길을 거쳐 탄생한다. 먼저 현지에서 채취한 특별한 성분을 지닌 흙을 물과 혼합하여 반죽한다. 이 과정에서 점토는 부드럽고 균일한 질감을 가지도록 여러 번 치대고 숙성시킨다. 숙성된 점토는 물레를 사용하여 도자기 제작자의 원하는 형태로 빚어지며, 이렇게 만들어진 도자기는 자연 건조를 통해 수분을 제거한다. 완전히 건조된 도자기는 900~1,000 의 온도에서 초벌로 구워진다. 이 과정에서 도자기는 단단해지고 내구성을 지내게 된다. 리쉬탄 도자기의 유약은 주료 천연 재료를 사용하여 만들어지며, 특히, 전통적인 방법으로 채색된 파란색, 초록색, 하얀색의 조화는 리쉬탄 도자기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 또한 이슬람 예술의 영향을 받아 기하학적 문양, 꽃무늬, 식물 모티브 등이 자주 사용된다. 마지막으로 재벌구이는 약 1,000~1,100의 온도에서 이루어지며, 이 과정에서 유약이 녹아 도자기의 표면에 매끄럽고 광택있는 마감을 형성한다.

 리쉬탄의 도자기는 단순한 공예품을 넘어 일상에서 사용되는 예술 작품이다. 주전자, 찻잔, 접시, 그릇 등 실용적인 용도로 제작된 도자기들은 그 자체로 예술품의 가치를 지닌다. 현지 장인들의 작업장을 방문해 도자기 제작 과정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데, 이는 여행자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도자기에 직접 무늬를 그리거나, 가마에서 구워내는 과정을 지켜보는 경험은 리쉬탄 도자기의 진정한 가치를 느끼게 해준다.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리쉬탄 도자기의 다양한 디자인과 문양들은 실크로드를 오가는 다양한 문화적 교류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마르길란 아틀라스: 비단길을 잇는 전통의 색채 

페르가나의 또 다른 보석, 마르길란은 2,000년 이상의 실크 생산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로, 실크로드의 중요한 거점 중 하나였다. 마르길란에서 생산되는 아틀라스는 화려한 색채와 독특한 문양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의 실크 생산 기술은 세대를 거쳐 전해 내려오며, 현재도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마르길란의 시장과 공방을 거닐다 보면 실크 직물을 짜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현지의 전통적인 실크 제작 공정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는 매우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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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길란 장인 센터 내부. 베틀을 통해 아틀라스를 제작하고 있다. 
 

아틀라스의 제작과정은 고품질의 누에고치에서 실크 실을 뽑아낸 다음, 실을 염색하고 직조하는 과정을 거쳐 아름다운 실크 직물을 완성한다. 또한, 아틀라스 실크는 그 화려한 색채와 아름다운 패턴으로 유명한데, 전통적인 방법으로 염색된 실크는 자연의 색을 닮은 아름다운 광택을 지니고 있다. 특히, 마르길란의 아틀라스는 고유의 패턴과 디자인은 오랜 시간 동안 전해 내려온 문화적 유산의 한 부분으로 유지되고 있다. 아틀라스는 전통의상을 비롯해 스카프, 커튼, 베개 커버 등 일상생활에서 널리 활용된다. 특히, 전통의상은 결혼식이나 축제 같은 특별한 행사에서 자주 입으며, 화려함과 고급스러움을 자아낸다.

마르길란의 실크 공방에서는 직조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옛날 방식 그대로의 베틀에 앉아 실크 실을 짜는 과정은 쉽지 않지만, 그 결과물은 그 어떤 예술 작품보다도 빛난다. 아틀라스로 만들어진 화려한 색채의 실크 스카프나 전통 의상은 마르길란의 전통과 예술을 그대로 담고 있다.

 
 

페르가나에서의 하루: 예술과 함께하는 여행 

페르가나 지역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살아있는 예술과 전통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리쉬탄 도자기와 마르길란 아틀라스는 페르가나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예술품으로, 그 깊이 있는 아름다움은 직접 경험해야만 느낄 수 있다. 이곳을 여행하면서 현지의 장인들과 직접 소통하고, 그들의 작업을 지켜보며, 직접 체험해보는 시간은 페르가나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이곳에서의 하루는 단순한 여행을 넘어, 과거와 현재를 잇는 문화적 탐험이 될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을 찾는 모든 여행자들이 이곳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느끼고 돌아가길 바란다. 

  

 

여진원(국립아시아문화전당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