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벼락에 그린 전설: 네팔 미틸라 회화
심효윤(국립아시아문화전당 학예연구사)
민족지영화와 영상인류학의 선구자 장 루시(Jean Rouch, 1917~2004)와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있다.1) 장 루시는 서아프리카에서 ‘하마 사냥’을 주제로 영화를 제작한 후 마을 주민들과 시사회를 열었다. 난생 처음 영화를 본 주민들은 곧 스크린 속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알아보고, 그중 이미 세상을 떠난 인물들이 나타나자 감정이 북받쳐 울기도 했다. 그러던 중, 하마 사냥 장면에서 한 사냥꾼이 갑자기 영화를 비판했는데, 장 루시는 서구적 영화 제작 방식에 따라 사냥의 극적인 순간에 효과음을 추가했지만, 그 사냥꾼은 “물속의 하마는 귀가 밝아 음악 소리가 나면 도망갈 것이다”라며 음악을 빼라고 조언했다. 장 루시는 이 예상치 못한 ‘피드백’을 통해 민족지영화는 일방적 전달이 아닌 관객과의 상호작용에서 의미를 찾는다는 깨달음을 얻었고, 이는 그의 영화 철학의 토대가 되었다.2)
2023년 11월 네팔의 가을. 축제 때마다 집과 마을 담벼락에 그림을 그리는 전통이 있는 자낙푸르(Janakpur) 마을의 풍경을 마주하며, 낯선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려 했던 장 루시의 경험이 떠올랐다.3) 나 또한 장 루시처럼 영상 촬영을 위해 이곳에 왔기 때문일까? 아니면 고대 서사시 ‘라마야나(Ramayana)’의 무대가 된 신성한 공간에 들어섰기 때문일까.
대부분의 사람에게 ‘네팔’ 하면 히말라야가 떠오르겠지만, 내가 도착한 테라이(Terai) 평원은 낮 기온이 30℃까지 오르는 고온다습한 지역으로, 모기까지 많은 곳이었다. 촬영팀과 나는 자낙푸르 공항에 내리자마자 농촌 마을로 향했고, 저녁 무렵에 마을에 도착했다. 석양이 비추는 마을은 연기가 자욱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집집마다 모기를 쫓기 위해 볏짚을 태운 연기였다. 매캐한 냄새 속 붉은 노을이 연기에 스며들며 반사되고, 소를 타고 지나가는 노인, 펌프로 물을 긷는 처자, 온갖 가축과 뒤섞인 마을 사람들, 신발 없이 뛰노는 아이들, 허리와 복부를 드러낸 채 일상을 보내는 여성들… 이 모든 풍경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나가라인(Nagarain) 농촌 마을 풍경 회화 ⓒ심효윤, 2023. 11.
미틸라 회화와 다큐멘터리〈위대한 유산 남아시아〉4)
이번 프로젝트는 네팔의 무형문화유산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제작을 목표로 한다.5) 일 년 내내 축제가 끊이지 않는 네팔은 다채로운 문화적 소재로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미틸라 회화(Mithila Arts)’를 주제로 선택한 이유는, 아시아문화박물관이 일부 미틸라 회화 작품을 소장하고 있어 이를 다큐멘터리와 연계하여 전시와 교육 자료로 활용하고, 이 예술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6)
미틸라 회화는 주로 네팔 동남부의 자낙푸르와 인도 동북부 마두바니(Madhubani) 지역, 즉 과거 미틸라 왕국의 영역에서 전해진 전통 의례예술(ritual arts)이다.7) 지금은 전설로만 남은 미틸라 왕국의 흔적은 수도였던 자낙푸르에서 찾을 수 있으며, 이곳은 힌두교 성지로서 자낙푸르담이라 불린다. ‘담(dham)’은 성지에 붙이는 용어로, 자낙푸르는 힌두교 의례와 깊이 연관된 장소이다.
자낙푸르는 고대 인도의 서사시 라마야나(Ramayana)에 등장하는 장소로, 힌두교의 성지인 자나키 사원(Janaki Temple)으로 유명하다. 이곳은 라마 왕자의 부인 시타(Sita)의 탄생지이자 두 사람의 결혼지로 여겨지며, 오늘날에도 힌두교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성지로 자리하고 있다.
자낙푸르 지역의 마을에서는 미틸라 왕국의 전통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축제와 같은 신성한 시기가 되면 여성들이 집과 마을의 벽과 바닥에 그림을 그리는 벽화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이러한 회화는 단순한 장식을 넘어,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며 신에게 바치는 진지한 소망을 담고 있다.
큰 축제나 마을 행사가 열릴 때마다 마을 여성들은 집과 마을 벽에 신과 관련된 의례 그림을 그린다. 이들은 농사와 집안일을 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주민이지만, 동시에 미틸라 회화를 이어가는 전승자들이다. 할머니에서 어머니, 다시 딸로 이어지는 세대 전승을 통해, 이들은 집의 흙벽에 자신들의 삶의 풍경과 자연 숭배, 힌두교 신화를 주제로 한 그림을 그려왔다.
마을의 성인 여성 대부분이 기본적인 벽화를 그릴 수 있으며, 이 전통은 여성 간 세대 전승을 통해 이어진다. 현대에 들어 미틸라 회화는 캔버스에 그려지면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미틸라 회화의 주제는 힌두 대서사시 라마야나의 장면뿐 아니라 종교적 축제, 일상적인 농경 생활 등으로 다양하다. 현재는 전업 작가들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어, 미틸라 회화는 박물관 수집과 전시에 적합한 예술품이자 관광 상품으로서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나르말라 쟈(Nirmala Jha), 미틸라 회화 작가(출처=EBS1TV ‘위대한 유산 남아시아’ 화면 캡쳐)
승리와 희망을 그리는 빛과 그림
몬순(Monsoon) 시즌의 우기가 끝나고 건기가 시작되면 네팔은 농작물을 거두고 풍요를 누리는 계절인 가을을 맞이한다. 추수기에 접어들면, 다른 문화권처럼 네팔에서도 신에게 감사하며 풍요를 기원하는 축제가 열린다. 그 대표적인 축제가 ‘티하르(Tihar)’이다. 닷새 동안 이어지는 티하르 기간 동안, 마을 여성들은 그림 솜씨를 발휘하여 가정과 마을 곳곳을 장식한다.
네팔에서 사용하는 ‘비크람 삼밧(Bikram Sambat)’ 달력은 우리의 달력과 다르게 시간이 흐른다. 네팔인들에게 2023년은 2080년에 해당하며, 새해는 우리의 4월에 시작된다. 네팔력으로 중요한 일곱 번째 달인 카르틱(Kartik)에는 힌두교의 큰 축제 ‘디파왈리(Deepawali)8)’가 열린다. 네팔에서는 이를 티하르라고 부르며, 이는 네팔 버전의 디파왈리라고 볼 수 있다. 자낙푸르 시내는 축제 기간 동안 열기로 가득찬다. 주민들은 축복을 담은 꽃목걸이와 신을 기리는 장식품을 사기 위해 시내에 모여든다.
티하르 축제의 핵심은 행운과 부의 여신인 ‘락쉬미’를 환영하는 ‘락쉬미 푸자(Laxmi Puja)’ 의식이다.9) 해가 저물고 어둠이 내려앉으면 사람들은 직접 만든 기름 등잔에 불을 밝히며, 이 빛이 락쉬미 여신을 집안으로 초대한다고 믿는다. 락쉬미 여신 숭배는 풍요와 번영을 상징하며, 사람들은 여신이 재물과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라 기대한다. 사람들은 집 앞에 랑골리(rangoli)를 그려 장식하고, 바나나 나무로 만든 기둥에 등불을 달아 축제의 분위기를 더한다. 이 모든 장식과 불빛은 축복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빛의 축제’가 된다.
또한, 티하르는 라마 왕자가 악마 라바나(Ravana)를 물리치고 귀환한 것을 축하하는 축제로도 알려져 있다. 축제 동안 사람들은 폭죽을 터뜨리며 환호하고, 빛과 소리로 악귀를 쫓아낸다. 빛이 어둠을 몰아내듯, 선이 악을 물리치는 의식이 밤새 이어지며 축제의 열기를 더한다.10)
티하르 기간 동안 미틸라 회화를 통해 신들을 집으로 초대하고, 인간과 공존하며 살고 있는 모든 생명과 축복을 나누는 독특한 전통을 만날 수 있다. 이렇게 힌두교 신화와 신들을 주제로 한 미틸라 회화는 축제의 영적인 의미를 시각적으로 드러내고 축복의 시간을 함께하는 매개체가 된다.
나가라인 마을의 티하르 축제 ⓒ심효윤, 2023. 11.
미틸라 회화, 여성 해방의 새로운 장
현지 주민들과의 인터뷰에서 인상적이었던 점은 그들이 미틸라 회화의 역사나 작품해설보다는 이 회화가 여성들의 사회적 해방에 기여한 바를 더 강조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과거 여성들은 거의 집 밖에 나갈 수 없었지만11), 그림 교육과 전승을 위해 여성들이 단체를 조직하며 경제적 독립의 길을 열었다. 미틸라 회화는 단순한 전통을 넘어 여성들이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수많은 여성의 삶을 변화시켰다. 미틸라 회화는 이제 여성들의 목소리가 담긴 활동으로 확장되었으며, 캔버스 위의 예술작품으로도 인정받게 되었다. 오늘날 미틸라 회화는 네팔 여성들이 스스로의 삶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시대를 개척해나가는 실천적 상징이 되었다. 최근에는 미틸라 회화에 여성의 역할과 남녀평등을 강조하는 메시지, 폭력 반대, 경제적 자립과 같은 사회적 메시지까지 담기고 있다.
인류학자 제임스 클리포드가 언급한 ‘접촉 지대(Contact Zones)’ 개념처럼, 박물관은 단순히 수집하고 보존하는 역할을 넘어, 유물이 지닌 문화적·도덕적·정치적 의미를 재정립하는 장으로 기능해야 한다.12) 클리포드는 박물관이 지배와 피지배의 이분법을 넘어서, ‘접촉’의 관점에서 유물과 상호작용한다고 주장했다. 중심지(지배)로서의 박물관이 주변(피지배)에서 가져온 예술품과 문화유산을 수집하고 보존하며 권위를 행사해 온 관행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미틸라 회화가 지닌 문화는 결코 정적이지 않다. 박물관 전시는 종종 문화를 정적이고 고정된 이미지로 묘사하지만, 미틸라 회화는 살아있는 현상이자 외부 요소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동적인 과정이 담겨있다. 다큐멘터리에서 미틸라 회화의 동적인 문화적 특성을 담아내려 노력한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큐레이터로서 현지 주민들과의 만남에서 얻은 피드백과 이러한 고민은 타문화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를 재생산하지 않고, 문화 간 상호 이해를 적절한 방향으로 안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미틸라 회화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며 전해주는 메시지는 오히려 박물관과 전시기획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셈이다.
네팔 미틸라 회화 ⓒ심효윤, 2023. 11.
사라지는 그림을 수집한다는 의미
미틸라 회화는 오늘날 물감으로 그려지지만, 과거에는 붉은 진흙이나 쌀을 갈아 만든 염료 등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그렸다. 쌀가루, 나뭇잎, 뿌리, 꽃, 열매, 흙과 돌가루 같은 자연의 재료로 만든 물감은, 비나 바람에 의해 그림이 옅어지거나 사라지게 된다. 해마다 새롭게 그림을 그리는 이 전통은 자연의 섭리를 따른 것으로, 새로운 해가 오면 의례와 함께 그림이 반복적으로 재생산된다.
미틸라 회화는 힌두 문화권의 종교의례의 일부로 전승되어 왔다. 티하르 축제에서도 이 회화는 신을 초대하고 가족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는 상징적 행위로 이어진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틸라 회화를 단순히 영구히 보존할 유물로 간주하는 것에 대해서 본질적인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박물관이 회화를 수집하고 보존하려는 일반적인 목적과 달리, 현지 주민들은 회화가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다시 그려지는 과정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이는 앞서 일화에서 소개한 하마 사냥꾼이 배경음을 제거하라고 주장한 것과 유사하다. 사라지고 반복되는 ‘순환’ 자체가 미틸라 회화 중요한 속성일지도 모른다.
미틸라 회화는 본래 집 마당이나 벽면에 그려졌으며,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소멸되었다. 매년 새롭게 그려지면서 일상적인 공간이 성스러운 공간으로 변모하게 된다. 어쩌면 이러한 연속성이 미틸라 회화의 진정한 가치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회화가 현대에 관광 상품화되어 캔버스나 기념품에 그려지거나, 박물관에서 수집하여 전시하고, 사진이나 영상으로 벽화를 기록하여 영구히 저장하는 것은 본연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일까?
이 질문은 서구적 박물관의 한계를 넘어서 새로운 방식의 ‘토착 박물관학’ 접근법을 시사한다. 지역 사회와의 상호작용을 통한 이러한 접근법은 박물관의 역할과 책임을 확장시키며, 더 나아가 지구적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문화를 다루는 큐레이팅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제 유물이나 전시물은 단순한 객체가 아니라 스스로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기획자, 작가, 관람객,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주체로 봐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이며, 듣는 만큼 생각하게 된다. 무지에 대한 진리가 승리하기를 기원하며…
<각주와 참고문헌>
1) 장 루시는 프랑스 인류학의 선구자이자 민족지학의 상징적 인물인 마르셀 그리올(Marcel Griaule, 1898~1956)의 지도를 받아 인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마르셀 그리올과 함께, 프랑스인으로서 최초로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은 인물 중 하나다.
2) 이기중, 『렌즈 속의 인류』, 눌민, 2014, p. 33-34.
3) 네팔의 마드헤시(Madhesh)의 주도(主都)인 자낙푸르(Janakpur)
4) 위대한 유산 다큐시리즈가 2년 만에 남아시아 편으로 돌아왔다. 2017년 중앙아시아(4개국)편을 시작으로, 2019년과 2022년 동남아시아(5개국) 편에 이어, 이번에는 〈위대한 유산 남아시아〉 3부작이 2024년 11월 11일(월), 12일(화), 18일(월) 저녁 10시 45분에 EBS1에서 연속 방영될 예정이다.
5)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문화박물관이 추진하는 ‘아시아 무형문화유산 다큐 프로그램 제작’ 사업으로, 2014년부터 추진해온 장기 프로젝트이다. 한국교육방송공사(EBS)가 매체사로 참여하고 있다.
6)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아시아의 디자인 – 남아시아 전통 의례예술 연구’ 사업(전남대학교 산학협력단/책임연구원: 김경학)의 일환으로, 2017년에 네팔 자낙푸르와 인도 마두바니 지역에서 미틸라 회화를 조사하고 수집한 바 있다. 작가 회화 작품, 제작도구 세트를 비롯해 총 175점을 수집했다.
7) 네팔 동남부에 위치한 자낙푸르는 인도 비하르(Bihar)주 마두바니 군에서 불과 20여 km 떨어져 있다. 자낙푸르와 마두바니는 모두 과거 미틸라 왕국의 영역에 속하며, 미틸라어(마이틸리어, Maithili)를 사용하는 인구가 많고 독자적인 문화를 공유한다. 자낙푸르의 네팔인들과 인도 국경 너머 마두바니, 다르방가(Darbanga), 시따마르히(Sitamarhi) 지역의 인도인들은 결혼을 통한 친인척 관계뿐 아니라 경제 활동 면에서도 오랜 세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촬영 기간 중에도 두 나라의 마을 주민들은 크리켓 경기를 함께 즐겼고, 강가에서 열리는 큰 시장에서는 물물교환이 이루어졌다. 한편, 인도에서는 미틸라 회화가 ‘마두바니 회화(Madhubani Arts)’로 알려져있다. 마두바니 지역에서는 많은 주민이 미틸라 회화와 관련된 관광산업에 종사하기 때문에, 관광 시장에서는 미틸라 회화를 마두바니 회화로 부르며 세계적으로도 ‘마두바니’라는 명칭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8) 디왈리와 디파왈리는 같은 축제의 다른 이름으로 주로 인도에서 사용되며, 티하르는 같은 시기에 네팔에서 열리는 축제로, 네팔의 특유의 풍습이 강조된다는 차이점이 있다.
9) 이 밖에도 늘 곁에 있는 동물들과 가족을 위해 기도를 올리는 행사가 있다. 까마귀, 개, 소, 형제를 위해 기도를 올린다.
10) 악에 대한 신의 승리, 무지에 대한 진리의 승리, 어둠에 대한 빛의 승리를 상징한다.
11) 네팔은 부계혈연 사회로, 동일한 카스트 간의 결혼 후 여성이 남성의 집에 거주하는 부거제적 사회구조를 특징으로 한다. 특히 기혼 여성은 시·공간적 이동을 통제받아 왔다. 여성들은 주로 안마당에서 활동하며, 종교적 기념일에는 집의 바닥과 벽에 의례적인 그림을 그리는 전통을 지켜왔다.
12) James Clifford, “Museums as Contact Zones”, Routes: Travel and Translation in the Late Twentieth Century, Cambridge, MA: Harvard University Press, 1997, pp. 188-219.